안녕하세요. 서울영등포아동보호전문기관입니다.
2020년 8월 18일 국민일보 매체를 통해 노장우 관장의 기고문이 게재되어 공유합니다.
[기고] 판에 박힌 아동학대 대책은 그만
지난 6월 충남 천안과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정부는 지난달 ‘모든 아동·청소년이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라는 비전하에 아동·청소년 학대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2018, 2019년에 내놓은 대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대책에는 2022년까지 아동보호전문기관 20개소 확충, 2021년까지 학대피해아동쉼터 10개소 내외 증설, 종사자 처우 개선 등이 담겼지만 추가 확충 및 증설에 대한 예산을 어떤 재원에서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아동쉼터는 현재 민간위탁제도를 통해 선정된 수탁법인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 설치 조건은 시·도 및 시·군·구마다 제각각이다. 어떤 지자체는 공간이나 시설을 직접 설치 및 임차해 민간에 위탁하기도 하지만, 어떤 지자체는 수탁법인이 공간을 직접 임차하게 하고 집기 설치 또한 직접 하는 조건으로 공고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어떤 시·도의 경우 참여 법인이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피해아동의 면밀한 조사를 위해 ‘즉각분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으나 아동을 분리해서 보낼 시설이 있는가의 문제 역시 심각하다. 쉼터 등 보호시설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구청과 전문기관이 입소 시설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특히 피해아동이 장애아동이라면 입소가 거의 불가능하다. 입소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정부의 분절되고 획일적인 장애인 정책과 맞물려 피해를 당한 장애아동은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열악한 종사자 처우도 문제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학대피해아동쉼터 종사자들의 처우는 주무부처나 지자체 기준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같은 시·도 내에서도 동일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처우도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동일한 처우를 제공하면 그만큼 수준 높은 복지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좋겠다. 정부의 동일한 지원 기준이 마련됐으면 한다.
얼마 전 발생한 중대 사건으로 다양한 세미나와 간담회가 진행됐다. 어떤 토론자는 “10년, 20년 동안 계속 같은 얘길 하고 있는데 바뀌지 않는다. 결국 예산이 가장 문제다. 예산이 있어야 인프라도 확충하고 종사자 처우도 개선할 수 있다. 예산 없이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가정 방문, 긴급 점검 등으로 아동의 안전을 확인하는 인력은 결국 일선 공무원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이다. 대면확인, 예방, 홍보 등 지역 밀착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제는 기금에만 묶여 있던 아동학대 사업예산을 보건복지부 일반회계로 전환해 획기적 발전을 꾀하고, 다시는 아동의 희생이 있어야 아동정책이 만들어지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노장우 서울영등포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 제 목 : "판에 박힌 아동학대 대책은 그만"
○ 일 시 : 2020.08.18.
○ 매 체 : 국민일보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51784&code=11171314&cp=nv)